인도양을 건너며
오 성 옥
떠 나올 때 가만히
당신에게 펴 보인 왼손바닥 위의
씨줄과 날줄로 헝클어진
많은 손금들은 나의 삶이 거쳐 온
빛 바랜 항해일지 위의
거친 항적이였음을 당신은 아는가.
더욱이
먼 목적지를 향해 뻗어 나간
하얀 해도 위의
끝이 보일 것 같지 않은
짙은 연필로 그어진 COURSE LINE은
물 밑 바닥에 가라 앉은 난파선과
얕은 여울과
마음을 둘 필요 없는 섬과 육지를 피하여
당신에게로만 향하는
나의 진정이였음을 당신은 아는가.
저 멀리서 반짝 일 것 같은
등대를 찾기 위해 어두운 밤의 선교에서
쌍안경을 들어 눈금을 맞추는 것은
당신의 아늑한 품을 찾아
갈 길을 서두르는
바다 사나이의 순정임을 당신은 아는가.
아, 뒤 돌아 보면
참으로 멀리도 항해 하여 왔다.
HURRICANE이
CYCLONE이 태풍이
미친 듯 춤추던
태평양과 인도양과 대서양을 종횡하여
결국은 여기에 이르렀다.
어슴프레한 박명의 하늘에서
육분의를 들어 별을 헤는
낭만은 사라졌으나 그러나 마침내
당신에게로 되 돌아 가는
이번 항해는
돌고래와 하얀 갈매기의 무리들이
동행 할 것이며
머리 위에선 찬란한 무지개가
물길을 안내 할 것 같은 예감에
나의 온몸은 뜨겁게
전율하며 질주한다.
□ 자료출처 : 海바라기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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