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항해
박 창 주
불행했던 순간마저 나는 사랑할 수 있을까*
저 거대한 삼각파도 앞에 산산이 부서지는 희망이여, 사랑이여
실의의 중심으로 인도하는 허무가 만선을 이루는 바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처럼 회항의 길은 보이지 않고
희번뜩이는 절망 가득히 밀려온다, 덮쳐온다, 가슴을 때리며 기억까지 지운다
캄캄한 백지의 세상 되어도 삼각파도에 부서지는 한 목숨의 아픔은 남는다
가지를 놓지 않는 낡은 잎새를 잎새라 부를 수 있으랴
그리운 것들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절망의 몸부림이 광란의 아우성으로 변신하는 바다사랑할 이름도 없이 간절한 목숨이 된다
* 철학자 데리다(Jacqes Derrida)가 남긴 최후의 저서 <드디어 살기를 배운다>에서 인용.
□ 자료출처 : 海바라기 2008년 8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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