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이름의 어원과 문화

등록일202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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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이름의 어원과 문화

이근열

 

1. 들어가기

우리말의 한자어 생선(生鮮), 고유어 물고기는 모두 식용과 관련된 단어로 생선(生鮮)은 싱싱한 먹거리, 물고기는 물에서 나는 고기란 뜻이다. 이에 비해 영어 ‘피시(Fish)’는 완전히 물에 사는 동물을 뜻하는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조개를 셸피시(shellfish), 불가사리를 스타피시(starfish) 등과 같이 피시를 붙여 부른다. 여기서 우리의 물고기는 우리네 삶과 관련하여 인식하고 있는 반면 영어권 사람들의 피시는 개체의 본질적 특성에 따라 이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양의 개체 중심의 인식은 개체에 주목하여 그 대상의 본질과 특성을 쉽게 인식할 수 있는 반면에 우리의 관계 중심의 인식은 대상의 특성을 가리게 만들어 본질적 자리매김을 어렵게 한다. 예를 들어 흰살생선 중에서 지방이 많은 준치는 맛이 좋아 진어(眞魚) 또는 준어(俊魚)로도 이름하는데, 이름으로는 생김새와 특성을 알기 어렵다. 준치의 다른 이름인 ‘시어(鰣魚)’ 역시 때를 알고 나타나는 물고기라고 이름을 붙었지만, 때에 따라 나타나고 사라지는 물고기는 준치만의 특성이 아니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물고기의 특성으로 명명된 물고기도 본질적인 특성과 다른 뜻으로 해석하여 이해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껍질이 단단하여 딱딱한 돔이란 뜻인 ‘딱돔’은 ‘군평선이, 금풍선이’이로 불리기도 하였는데, 이는 생긴 모양이 ‘금색의 풍선(돛단배)’를 닮아 명명한 것이지만 이를 사람의 이름인 군평선, 금풍선으로 오해하여 이순신 장군의 시중을 든 기생과 연관한 전설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또, 우리의 글자살이의 역사에서 고유어에 한자를 빌어 표기하는 차자표기법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한자 표기와 고유어 표기 관계를 오해하여 물고기의 이름을 왜곡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광어(廣魚)’는 넓게 생긴 물고기란 뜻으로 명명된 것이고 이에 해당하는 고유어는 ‘넙치’이지만 ‘-치’와 ‘-어’의 차이가 비늘의 유무, 고가와 저가의 차이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으며 나아가 ‘-치’가 붙은 물고기는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다는 인식까지 나타난다.

이렇듯 우리의 물고기가 제대로 자리매김하지 않은 이유에는 물고기 이름에 대한 면밀한 인식이 부족한 탓에도 하나의 원인이 있다. 본 글은 물고기 이름 중 몇 가지를 대상으로 그 이름의 본질적 의미와 가치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2. 물고기 이름의 어원

(1) 참깨 무늬 고기 마어, 삼치

한글 이전의 한자로 표기된 단어를 한글로 읽을 때는 원래의 뜻과 음을 정확하게 읽는 게 필요하다. 한자는 뜻글자 이어서 다양한 상황에 따라 각각의 단어를 만들어 쓰기에는 글자 수에 한계가 있으므로 같은 한자를 다양한 상황에 다른 뜻으로 음을 바꾸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해석하고 그 음을 읽어야 한다. 고려의 귀주대첩의 영웅 강감찬(姜邯贊)의 경우, 가운데 한자인 ‘邯’이 땅이름 감, 고을 이름 한으로 읽히는 글자이다. 이 경우, 강감찬, 감한찬 등 두 가지로 읽을 수 있다. 당시에 어떻게 읽었느냐에 따라 영웅의 이름도 바뀔 것인데, 이 ‘邯’이 쓰인 고사성어인 ‘한단지몽(邯鄲之夢)’은 지명이 뚜렷하므로 ‘감단지몽’으로 읽지 않는다. 고등학교 교과서 수록된 송순의 면앙정가(俛仰亭歌)의 俛은 힘쓸 면, 숙일 부로 뜻에 따라 음이 다르다. 면앙정은 땅을 굽어보고(俛) 하늘을 우러러보는(仰) 정자라는 뜻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살겠다는 송순의 의지를 담은 곳이다. 특히 하늘을 우러러본다는 ‘앙(仰)’과 짝이 맞는 단어가 땅을 숙여본다는 뜻의 부(俛)이기 때문에 면앙정가는 부앙정가로 읽어야 원래의 의도와 맞다.

이처럼 표기된 한자를 잘못 읽어 이를 오해한 물고기가 ‘삼치’이다. ‘삼치’는 ‘마어’를 우리말로 옮긴 것으로 ‘마어’의 원래 표기 한자가 ‘麻魚’였다. 여기사 ‘마(麻)’는 그 뜻이 ‘삼(베)’을 뜻하는 말이기 때문에 ‘삼’으로 옮겨지고 ‘어(魚)’를 고유어 ‘치’로 옮긴 것이 ‘삼치’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삼치의 특징과 ‘삼[麻]’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점이다. 삼치는 몸이 가늘고 길며 방추형으로 생기기 때문에 헤엄치기에 적합하게 생겨서 헤엄치는 속도가 시속 100㎞가 넘는다. 이 때문에 바다의 폭주자라는 별명이 붙은 물고기이다. 이렇게 폭주하는 이유는 삼치가 부레가 없고 아가미 근육이 발달되지 않았기에 지속해서 헤엄치면서 아가미로 물을 흘려보내지 않으면 죽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말처럼 달리는 상어라는 뜻의 ‘마교어(馬鮫魚)’로 부르기도 한다.

또 삼치가 가늘고 길지만, 상대적으로 배가 좁은 것이 특징이다. 삼치를 잡아서 장만해 보면 배 부분이 좁아 장기가 많이 들어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특징으로 삼치를 일본에서는 ‘사와라(サワラ[狹腹, 小腹])’라 부른다. 일본어 ‘사와라’라는 좁다는 뜻의 사(さ- [小·狭])와 배의 뜻인 하라(はら[腹])가 붙어서 만들어진 ‘사하라’가 음변하여 ‘사와라’로 바뀐 것으로 고등어에 비해 폭이 좁고 길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경남 해안 지역에서는 삼치를 ‘사라’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일본에서 삼치를 부르는 말인 ‘사와라(さわら[鰆])’에서 둘째 음절의 ‘와’를 생략한 꼴이다.

삼치는 고등엇과지만 고등어와 다른 것은 형태적 특징뿐만 아니라 몸의 옆구리에 회색의 작은 반점이 많이 있다는 점이다. 삼치는 작은 점처럼 보이지만 고등어의 무늬는 물결 모양으로 그 무늬가 차이가 있다.

삼치의 많은 작은 점을 ‘깨’와 같이 인식할 수 있는데 이러한 특징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 ‘마어(麻魚)’이다. 여기서 쓰인 한자 ‘마(麻)’는 ‘삼’의 뜻으로 쓴 것이 아니고 참깨라는 뜻으로 쓰인 한자이다. 즉, 자전에서는 ‘마(麻)’의 뜻으로 삼(뽕나뭇과의 한해살이풀), 참깨, 베옷 등의 뜻으로 나타나는데 삼치에서는 참깨라는 뜻으로 마(麻)를 쓴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마ᅌᅥ(麻魚)’는 고기 어자의 초성이 비음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것이 앞의 받침으로 발음되어 ‘망어’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수ᅌᅥ(秀魚)가 숭어가 되고, 이ᅌᅥ(鯉魚)가 잉어가 되는 것과 같이 받침이 없는 한자에 고기 어자를 붙인 물고기에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망어’는 어보나 다른 문헌에 ‘亡魚, 䰶魚’ 등 발음이 같은 다른 한자로 표기되어 나타난다.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경기도와 충청도에 ‘망어(亡魚)’로 표기되어 있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경기도 망어(䰶魚), 평안·황해·충청·강원·함경도에 마어(麻魚)로 표기된 것도 이러한 발음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후대 사람들은 이러한 표기를 한자의 뜻으로 해석하고 새로운 민간 어원을 만들어 내는데 대표적인 것이 서유구가 1820년에 만든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이다. 여기서는 망어(亡魚)의 망할 망(亡)자 그대로 그 유래를 다음과 같이 해석하여 기록하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망어는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 받은 양반이 자신을 도와준 정승에게 답례로 자기가 맛있게 먹은 생선인 삼치를 보내줬는데, 한양의 정승이 삼치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썩은 내가 나서 입맛만 버렸다고 이 때문에 강원도 관찰사는 정승의 눈 밖에 나서 좌천당했기 때문에 삼치를 망어로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략)…………

 
자료 인용 : <해양과 문학> 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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