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한 배를 맞는다

등록일202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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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한 배를 맞는다

- 김완수의 ‘출어’를 읽고

이 연

 

 

매년 먼지 쌓인 일상을 덜어내려 동해에 가곤 하는데 멎지 않고 숨 쉬는 바다는 시인의 표현 그대로 어깻숨을 들썩인다. 파도가 치는 모양새를 어깻숨을 들썩인다고 표현하다니 아! 하는 감탄사가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사람의 호흡도 소리 하나 없이 잔잔할 때가 있고 어깨와 몸이 들썩일 정도로 가쁘게 몰아 쉴 때가 있으니 바다와 사람은 참으로 닮아있다. 바다는 사람과 다름없이 숨이 붙어 있다.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모를 바다라는 대자연 앞에 우리는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한때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한 뼘쯤 될까 싶은 간격을 두고 급격히 깊어지는 모랫바닥을 겪은 일이 있다. 파도에 휩쓸려 눈 깜짝할 새에 저 뒤편으로 몸이 옮겨지니 바다는 나를 순식간에 집어삼킬 수 있는 대단히 무서운 것이구나 싶었다. 이런 바다에 얹어져 매일 물길을 헤쳐나가는 뱃사람들은 바다의 매서운 면을 잘 알기에 누구보다 겸손할 줄 알 것이다. 물고기가 고깃배를 가득 채우고 세차게 꼬리를 치는 것보다, 그저 무탈하게 오가길 비는 뱃사람들의 마음을 표현한 시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바다는 제 기분 따라 감추어둔 물속 생명을 내어주지 않는 날도 있을 것이다. 달이 어슴푸레 조는 것이, 풍어를 바라도 좋다는 뜻이라는 것. 그 의미는 바다의 기분이 좋아서 파도가 높지 않고, 물결이 잔잔하니 고요함 속에서 달이 절로 잠든다는 듯하다. 그런 날은 바다가 많이 내어주는 날이겠지….

배 위에 달빛이 둘러써지면 오징어들은 하늘인 줄 모르고 모여든다는 구절은 쉬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오징어 낚시법, 오징어 배낚시 등에 대해 찾아봤다. 알고 보니 오징어, 전갱이, 고등어 등의 어류는 배에 집어등을 켜두고 잡는다고 한다. 물고기는 집어등의 불빛을 보고 모여드는데 오징어는 집어등에 모인 먹이를 잡아먹기 위해 모여든다. 물과 어둠뿐인 바다 위에 뜬 달은 그 빛이 집어등처럼 밝은가 보다. 달빛은 마치 뱃사람의 조업을 돕는 조력자와도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가만히 졸고 있던 달이 바다에 잠겨 들어가면 날이 밝는다. 해가 하늘에 떠오른다든가, 해가 바다 위로 올라온다든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해가 뭍에 오른다니, 얼마나 이 시에 어울리는 구절인가? 바다에서 일을 마치고서 뭍에 당도하는 뱃사람의 하루를 그린 시에 걸맞는 해의 움직임이다. 해도 뭍에 오른다. 해가 지나간 자리를 뒤따라 뭍으로 올라온 뱃사람과 이들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싱싱한 웃음이 어떨지 자연스레 그려진다. 어창을 메운 물고기만큼 어부의 어깨는 솟아오르고 무탈하게 귀항했음에 안도하는 이들은 뭍에 걸려있는 해보다 환히 웃을 것이다.

숨이 살아있는 바다에서 어부는 바다가 내어주는 대로 바닷속 생명을 낚는다. 그 생명으로 어부의 생도 이어진다. 달을 따르고 해를 따르는 시 속의 뱃사람이 오늘도 바다가 차려준 거한 밥상 한번 든든히 받아들기를 바라 본다.

 

□ 자료출처 : <해양과 문학> 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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