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등록일202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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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 조성우의 ‘빙해 항해’를 읽고

김현진

 

 

조성우의 빙해항해는, 일반인들에게 해양활동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낼 뿐만 아니라 항해자들의 치열한 직무 의식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일반인이라 함은 해당 분야에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러한 일반인이 해당되는 나 같은 사람도 전문인들이 겪은 힘든 싸움이 느껴지는 듯했다.

해당 작품에는 작가 조성우가 겪은 가장 힘들었던 빙해항해를 다루었는데, 의문이 가거나 흥미로운 부분이 많아 집중해서 정독할 수 있었다. 예를 들자면 난류가 닿지 않는 세인트 로렌스 만에서 평형수를 실은 발라스트 상태로 항해할 때, 화물 대신 평형수를 싣는 것이라 무게가 더 나가는 화물을 실은 상태보다 빙해항해에서는 불리하다는 구절이 나온다. 그러면 평형수를 화물의 무게만큼 실으면 되는 부분 아닐까?

이 부분에 대하여 찾아보았다. 선박 평형수란 선박의 균형을 저장하기 위하여 선박 내부에 저장하는 바닷물로, 너무 적거나 많으면 선박의 균형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평형수를 화물의 무게만큼 싣지 않는다는 것은 화물 적재와 같은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과다한 평형수는 위험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었다.

과다한 평형수를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는 또 있다. 평형수는 일반적으로 하역 작업시 채우고 화물 적재시 버리는데 과다한 선박평형수의 임의 배출은 해양 생태계 교란을 일으킨다. 평형수 탱크에 바닷물을 채울 때 해양생물이 선박으로 유입되고, 선박이 항구에 도착해 짐을 실을 때 다른 해역에서 싣고 온 평형수를 배출하며 해양생물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얼음 압력의 저항으로 속력이 저하되었다는 부분은 큰 흥미를 느끼게 했다. 아이스팩을 조우하고, 심해지는 과정에서 엔진이 멈춰 얼음 안에 갇히게 되면 선원들과 선장 모두 목숨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얼음 압력은 빙압력이란 말로 대체될 수 있는데, 이는 물의 동결 및 얼음의 온도 변화에 의한 팽창으로 생기는 압력이다. 극지방의 유빙이 심각해지면서 작가는 엔진의이 풀 어헤드 상태인데도 속력은 0이고 본선은 정지하는 상황을 맞는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작가 조성우는 전진타력이 약했음을 확인하고 약한 부분으로 돌진, 얼음을 깨고 전진한다. 다행히도 스크루와 러더 손상 또한 없었고, 그의 세인트 로랜스 만 빙해항해는 무사히 끝난다.

이 경험담은 조성우가 말하는 자연의 모습을 보게 한다. 누군가 자연의 위력을 이용하려 하면 자연은 그에게 도움을 준다는 발언 말이다. 이는 내 개인적인 생각과 다른데, 인간이 자연을 이용하려 든다는 것은 하나의 도전이자 오만한 태도라고 여겨 이 문장에 공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말을 오래도록 생각하자 조성우에게 자연은 포용력이 넓어 겸손한 태도로 다가온다면 누구에게나 친절을 베풀어 기꺼이 도와주는 존재인 것이다. 빙해항해를 본 후의 나는 자연의 위력을 실감하게 되었고, 자각하지 못한 공포심까지 느껴 자연을 두렵고 강하며 무자비한 존재로 인식한 듯하다. 그러나 조성우에게 이러한 자연의 모습은 감히 그 권위에 도전하려는 오만한 자에게만 보이며, 함께 성장해나가기 위한 이용은 자연과 인간 모두에게 반갑게 받아들여지는 존재인 것이다.

3월 말에 다시 이루어진 조성우의 결빙 지역 항해는 더 수월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승낙되었다. 동서안부근은 오픈 시 아이스 상태였으나, 곧 두께가 1미터 이상인 올드 아이스를 조우했다는 대목은 탄식이 나오게 했다. 올드 아이스가 없었던 2월의 빙해항해도 그리 힘겨웠는데, 이번 항해도 예상만큼 쉽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은 충분히 가능했다. 20시부터 기상이 악화되고, 23시부터 아이스 상태가 심해지더니 결국 작가는 23시 45분 온도계의 눈금이 더 없어 영하 30도부터 측정이 불가능한 추위를 처음 경험한다. 24시에는 주변 선박과 함께 다 같이 멈추게 되고, 얼음에 갇히게 된다. 전 항차와 같은 방법으로 빠져나오려는 시도는 좋다고 생각했으나 별 소득이 없었고, 아이스팩이 약한 부분을 육안으로도 레이저로도 찾지 못하는 절망적인 상황이 계속되었다. 7시에 쇄빙선의 지원이 올 때까지 선장은 어떤 심정이었을지 감히 짐작도 가지 않는다. 이전 항차와 같은 시도를 5회나 했음에도 북서 강풍과 아이스팩의 저항은 온 선원과 선장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을 것이다. 이후 이어진 쇄빙선의 지원과 이어지는 오픈 시 아이스로 그의 두 번째 빙해항해는 끝을 맞는다. 이후의 포트카티어 출항으로 카보트 에스티알 부근을 지날 때는 추진기의 손상에도 불구하고 대기 온도가 상승하여 아이스 상태도 좋고 순풍도 지속되었다.

자연은 얼마나 위대한가? 인간이 아무리 발버둥쳐봤자 자연의 위력 앞에서는 손쓸 도리가 없음을 현재 세대에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은 전부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자연과 살아 숨 쉬는 존재들이며, 자연의 포용 안에 살고 있는데 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요즘이다. 당장 현대인들의 무지로 자연이 전부 파괴되어 버리면 새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다음 세대는 우리와 같이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없을 것이다.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 조성우 작가의 빙해항해였다. 또한, 해양을 활동처로 삼아 전문직으로 활동하고 있는 모든 항해인들의 노고에 존경심과 감사를 표한다. 이 작품이 널리 읽혀 나와 같은 일반인들의 인식 개선과 항해 활동에 대한 폭넓은 관심의 시작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자료출처 : <해양과 문학> 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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