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시계점(時計店)

등록일20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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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시계점(時計店)

 

 

바다를 향하여

조금 기울어진 도시

언덕의 시계점

힌빛 넘치는 머리의 늙은이는

바다를 보면서 태엽을 감아주고 있다

 

밤이면

바다를 향하여

조금 기울어진 도시

늙은이의 은빛 핀셋트는

시간의 거품을 집어내고

 

푸른 시간 속 깊숙이

닻을 내린

젊은 어부가 빛의 그물을 끌고 오는

아침 길

 

바다를 향하여 기울어졌던

도시가 기지개를 켜고

집집마다 꿈의 쓰레기를 쏟아버린

창에는 하늘의

물방울이 켜져 있었다

 

* 김요섭 : 1927년 함북 나남 출생.

* 한국명시(최동호편저) 상권 9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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