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일20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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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버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물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지러진 달이 실낱 같고
볕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뜰 위에 창밖에 지붕에
남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 『폐허 이후』 1호, 1924년 2월
* 주요한
* ‘한국명시’(최동호편저) 상권 9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