氷河期

등록일20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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氷河期

-장 바티스트 클라망스에게

 

이가림

 

 

그 헐벗은 비행장 옆

낡은 예레미야 병원 가까이

스물아홉살의 강한 그대가 죽어 있었지.

장 바티스트 클라망스

스토브조차 꺼진 다락방 안 추운 빙벽(氷壁) 밑에서

검은 목탄으로 뎃상한 그대 어둔 얼굴을 보고 있으면

킬로만자로의 눈 속에 묻혀 있는 표범 이마,

빛나는 대리석 토르소의 흰 손이 떠오르지.

지금 낡은 예레미야 병원 가까이의 지붕에도

눈은 내리고

겨울이 빈 나무 허리를 쓸며 있는 때.

캄캄한 안개 속

침몰하여 가는 내 선박은

이제 고달픈 닻을 내리어 정박하고서

축축히 꿈의 이슬에 잠자는 영원인 것을.

짙은 밤 부둣가 한 모퉁이로

내 아무렇게나 혼자서 떠나보네,

갈색 머리 흑인여자의 서러운 이빨같이

서걱이는 먼 겨울 밤바다 살갗은

유리의 달이 부딪쳐 바스러지고

죽음보다 고적한 외투 속의

내 사랑은

두 주일이나 그냥 있는 젖빛 엽서

나목 끝에 마지막 한장 가랑잎새로 지는 것을

씁쓸히 웃으며 있네.

지난 쌩 마르뗑의 여름 밤주막에서

빨갛게 등불을 켜 달고

여린 별빛들이 우리 잔등에 떨어져 와닿는,

들끓는 소주를 독하게 마시며 울었지.

장 바티스트 클라망스

그대 건강한 의사가 되겠다고 여름내 엄청난 야망은 살아

자기 안의 한 무더기 폭약에 방화(放火)도 했지만

참혹하게 파손되어 간 내실(內室)이었음을,

어느 저녁 식탁에선가, 눈물 글썽이게 하는

그대 슬픈 소식을 건네 들었지.

지금은

옷고름처럼 나부끼고 달빛에 젖어

마른 갯벌 바닥으로 배회하다

무릎까지 빠지는 맨발의, 괴로운 밤 게(蟹)가 되어서 돌아오는

조금씩 미쳐가는 나는 무서운 취안(醉眼)인 채

황폐한 자갈밭을 건너

흐린 가스등 그늘이 우울한 시장가에서

눈은 내리고

하얀 수의(囚衣) 입은 천사처럼 잠시 죽어봤으면 생각하다가

포효의 거대한 불꽃으로나 멸망하기를 소망하다가,

아아 자꾸만 목이 메이고 싶어지는

내 고단한 목관(木管)의 노래는 떨려

오뇌의 회오리 바람에 은빛 음계들이 머리칼마다

흩날리며 있네.

그 뒤뷔시 찻집 우리 속의 금발이 출렁이는 인형은

젖은 눈이 성에낀 창박을 보고

수런대는 목소리들 잔 둘레로 넘쳐나

비듬처럼 쌓여가는데

잊히인 의자 아래 이랑져 오는 음악의 꽃빛 눈부시는

바람결 소리여,

이 침전하는 장송(葬送)의 파도가에 앉아서 단 한 번

고운 색깔이 아롱진 어안(魚眼)의 나는

뜨거운 두 손으로 피곤한 이마를 묻어보네.

 

* 이가림 시집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에서  

 

자료출처 : https://blog.naver.com/imim0123/22180059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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