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도

등록일20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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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도

 

 

비눌

돛인

해협은

배암의 잔등

처럼 살아났고

아롱진 ‘아라비아’의 의상을 둘른 젊은, 산맥들

 

바람은 바다가에 ‘사라센’의 비단폭처럼 미끄러웁고

오만한 풍경은 바로 오전 칠시의 절정에 가로누웠다

 

헐덕이는 들 우에

늙은 향수를 뿌리는

교당의 녹쓰른 종소리

송아지들은 들로 돌아가려므나

아가씨는 바다에 밀려가는 윤선(輪船)을 오늘도 바래보냈다

 

국경 가까운 정차장

차장의 신호를 재촉하며

발을 구르는 국제열차

차창마다

‘잘있거라’를 삼키고 느껴서 우는

마님들의 이즈러진 얼골들

여객기들은 대륙의 공중에서 띠끌처럼 흐터젔다

본국에서 오는 장거리 라디오의 효과를 실험하기 위하야

‘쥬네브’로 여행하는 신사의 가족들

샴판 갑판 ‘안녕히 가세요’ ‘단여 오리다’

선부들은 그들의 탄식을 기적에게 맡기고 자리로 돌아간다

부두에 달려 팔락이는 오색의 ‘테잎’

그 여자의 머리의 오색 ‘리본’

 

전서구(傳書鳩)들은

선실의 지붕에서

수도로 향하여 떠났다

……‘수마트라’의 동쪽……5킬로의 해상……일행 감기도 없다

적도 가까웁다……20일 오전 열시…….

 

전서구 : 통신에 이용하기 위하여 훈련시킨 비둘기

 

* ‘중앙’, 1935년 5월

* 김기림

* 한국명시(최동호 편저) 상권 5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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