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항지(寄港地)

등록일20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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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항지(寄港地)

 

 

걸어서 항구에 도착했다.

길게 부는 한지(寒地)의 바람

바다 앞의 집들을 흔들고    

긴 눈 내릴 듯

낮게 낮게 비치는 불빛

지전(紙錢)에 그려진 반듯한 그림을

주머니에 구겨 넣고

반쯤 탄 담배를 그림자처럼 꺼버리고

조용한 마음으로 

배 있는 데로 내려간다.

정박(碇泊) 중의 어두운 용골(龍骨)들이

모두 고개를 들고

항구의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두운 하늘에는 수삼 개(數三個)의 눈송이  

하늘의 새들이 따르고 있었다.

 

* ‘태평가’, 1968년

* 황동규

* 한국명시(최동호편저) 하권 154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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