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배(박용철)

등록일2020-10-19

조회수109

 

떠나가는 배

 

 

나두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두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군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

안개같이 물어린 눈에도 비최나니

골잭이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사랑하던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앞 대일 어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나두야 가련다

나의 젊은 이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두야 간다

 

* ‘시문학’ 창간호, 1930년 3월

* 박용철

* 한국명시(최동호편저) 상권 48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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