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등록일20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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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내 마음 가 있는 그 벗에게

 

이은상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이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요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린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 간들 잊으리요 그 뛰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아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

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가서 한데 얼려 옛날깥이 살고지라

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웃고 지내고저

그 날 그 눈물 없던 때를 찾아가자 찾아가

 

물 나면 모래판에서 가재 거이랑 달음질하고

물 들면 뱃장에 누워 별 헤다 잠들었지

세상일 모르든 날이 그리워라 그리워.

 

여기 물어 보고 저기 가 알아보나

내 몫엔 즐거움은 아무데도 없는 것을

두고 온 내 보금자리엔 가 안기자 안겨.

 

처자들 어미 되고 동자들 아비 된 사이

인생의 가는 길이 나뉘어 이렇구나

잃어진 내 기쁨의 길이 아까와라 아까와.

 

일하여 시름 없고 단잠 들어 죄 없는 몸이

그 바다 물소리를 밤낮에 듣는구나

벗들아 너희는 복된 자다 부러워라 부러워.

 

옛 동무 노젓는 배에 얻어 올라 치를 잡고

한바다 물을 따라 나명들명 살까이나

맞잡고 그룸 던지며 노래하자 노래해

 

거기 아침은 오고 거기 석양은 져도

찬 얼음 센 바람은 들지 못하는 그 나라로

돌아가 알몸으로 살꺼이나 깨끗이도 깨끗이.

 

* 『동아일보』, 1932년 1월 8일

* 이은상

* 한국명시(최동호편저) 상권 2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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