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일20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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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박두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 날 강물은 숲에서 나와 흐르리.
비로소 채색되는 유유한 침묵
꽃으로 수장하는 내일에의 날개짓.
아, 흥건하게 강물은 꽃에 젖어 흐르리
무지개 피에 젖은 아침 숲 짐승 울음.
일체의 죽은 것은 떠내려 가리
얼룽대는 배암 비눌 피발톱 독수리의.
이리 떼 비둘기 떼 깃쭉지와 울대뼈의
피로 물든 일체는 바다로 가리.
비로소 햇살 아래 옷을 벗는 너의 전신
강이여 강이여. 내일에의 피 몸짓.
네가 하는 손짓을 잊을 수가 없어
강 흐름 핏무늬길 바다로 간다.
* ‘신동아’, 1967년 11월
* 박두진
* 한국명시(최동호 편저) 상권 382면